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뺑소니 일억사천구백오십구만칠천킬로미터 눈부시러달려온다눈녹이러달려온다 모퉁이 깜박 졸던 버스 광속으로 부서진다 (2024.03.01) 2024. 3. 1.
흠과 같은 시 못나도 깎아 두면 두 달 뒤엔 곶감이란다 열중에 일곱 날을 땡감으로 살다가도 팔구십 두 팔로 버텨 맛 내는 흠과 같은 시 (2024.02.26) 고욤 일흔이 감 하나만 못하다는 말은 좋지 못한 것이 아무리 많아도 훌륭한 것 하나보다 쓸모가 없다는 뜻입니다. 여기서 고욤은 감나무과 감나무속의 식물로 주로 감나무와 접붙이는 뿌리나무로 쓰입니다. 사실 우리가 먹는 대부분의 과일들은 이렇게 다른 종류의 두 나무를 접목해서 키우는 경우가 많습니다. 고욤은 감보다 더 떫은맛이 강하고 열매는 작은데 씨앗이 많아 지금은 거의 먹지 않습니다만, 병충해에 강하고 잘 자란다는 장점이 있어 유전적으로 비슷한 감에게 일종의 대리모가 되어주는 것입니다. 어릴 때 다들 과일을 먹다가 나오는 씨앗을 보고 이걸 심으면 진짜 같은 과일.. 2024. 2. 26.
07:50 흰구름 토해내고 텅 빈 내 굴뚝으로 매연이 들어찬다 공장은 눈이 맵다 줄줄이 트럭에 실려 출하되는 영혼들 (2023.02.22) 매일 아침 일곱 시 오십 분 문을 나섭니다. 집 앞 어묵공장에서는 벌써 새하얀 수증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습니다. 7년 전 이사 온 이곳은 공단으로 향하는 대로 초입에 있어 횡단보도 하나 건너 어묵공장과 참치공장 그리고 (지금은 사라진) 냉동창고를 마주 보고 있습니다. 밤이면 어김없이 공단 안쪽의 빵공장에서 밀가루 냄새가 넘어오고, 버스에서 깜빡 졸았다가는 인적은 하나 없고 커다란 물류 트럭들만 다니는 공장 앞에서 내리게 되는 그런 동네입니다. 이사는 자주 다닌 편이지만 항상 주거단지에만 살았던 저에게 이렇게 적나라한 2차 산업의 풍광은 무척이나 생소하고 위압적인 것이었습니다. .. 2024. 2. 22.
스무고개 노루야 뛰지 마라 참새 내려오너라 뒤쳐진 벗 있걸랑 사진을 핑계 삼아 돌밑에 외어앉은 풀꽃 이름 맞춰보자 (2024.02.14) 새해가 밝은지 한 달이나 지났지만 음력설이 있는 우리에게는 항상 두 번째 기회가 있습니다. 한 달도 못 채우고 벌써 어그러진 새해 계획을 바로잡을 기회말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왜 꼭 새해에 계획을 세우고 다짐을 위해 일출을 보러 바다에 가거나 산에 오르는 걸까요? 산에 오르고자 하는 마음은 욕망에서 비롯한 것입니다. 쇼펜하우어는 이러한 욕망을 삶에의 의지라고 명명했습니다. 그리고 니체는 이것을 다시 조금 비틀어 힘에의 의지라고 했습니다. 니체는 인간의 의지를 긍정했습니다. 욕망을 죄악시하는 기독교적 세계관에 반기를 든 것이죠. 지금은 어떠한가요? 의지를 통해 인간이 앞으로 나아.. 2024. 2. 18.
비밀 댓글입니다 실외기 비둘기똥 다이소 셀프퇴치 블로그 내돈내산 솔직후기 믿었는데 새들은 아랑곳 않고 내 마음만 비뚤었나 (2024.02.08) 2024. 2. 8.
영원히 밝아지는 방 팥칼국수 한 냄비를 끓여 오면 나오실까 서로 낸 손주 방에 쏟아지는 저녁해가 자꾸만 불인줄 알고 끄러 갔던 울 할머니 (2024.02.06) 소설가 피츠제럴드는 그 유명한 "위대한 개츠비"의 제목을 두고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Under the Red, White and Blue", "Among the Ash-Heaps and Millionaires", "Gold-Hatted Gatsby" 등 많은 후보가 있었고 가장 마음에 들어 한 제목은 "웨스트 에그의 트리말키오"였지만 출판사의 반대로 지금의 제목이 되었다고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The Green Light"면 어땠을까 합니다만 아무튼 이렇게 제목을 짓는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입니다. 제목을 쓰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쉽고 고전적.. 2024. 2.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