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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

스무고개

by 사등 2024. 2. 18.

 

<스무고개>

노루야 뛰지 마라
참새 내려오너라

뒤쳐진 벗 있걸랑
사진을 핑계 삼아

돌밑에 외어앉은
풀꽃 이름 맞춰보자

(2024.02.14)

새해가 밝은지 한 달이나 지났지만 음력설이 있는 우리에게는 항상 두 번째 기회가 있습니다. 한 달도 못 채우고 벌써 어그러진 새해 계획을 바로잡을 기회말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왜 꼭 새해에 계획을 세우고 다짐을 위해 일출을 보러 바다에 가거나 산에 오르는 걸까요? 산에 오르고자 하는 마음은 욕망에서 비롯한 것입니다. 쇼펜하우어는 이러한 욕망을 삶에의 의지라고 명명했습니다. 그리고 니체는 이것을 다시 조금 비틀어 힘에의 의지라고 했습니다. 니체는 인간의 의지를 긍정했습니다. 욕망을 죄악시하는 기독교적 세계관에 반기를 든 것이죠. 지금은 어떠한가요? 의지를 통해 인간이 앞으로 나아간다는 생각은 이제 더 이상 특별한 것이 아닙니다.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대부분의 것들, 블로그, 아이폰, 컴퓨터 따위가 모두 곧 의지의 산물이니까요. 그런데 쇼펜하우어는 니체와는 다르게 생각했습니다. 의지의 불충은 고통을 생산하고 의지의 충족은 권태를 낳는다는 것입니다.

한 물고기 이야기를 들려주지.
그는 늙은 물고기에게 헤엄쳐가서 말했어. "바다를 찾고 있어요."
"바다?" 늙은 물고기가 말했지. "네가 있는 곳이 바다란다."
어린 물고기가 말했네 "여긴 그냥 물이잖아요! 저는 바다를 원한다고요."

 

영화 소울에서 조 가드너는 프로 뮤지션을 꿈꾸는 시간제 음악 교사입니다. 드디어 유명한 도로테아 윌리엄스 밴드의 객원 피아니스트가 될 기회를 얻은 그는 안타깝게도 공연 전 맨홀 구멍에 빠져 가사상태에 빠집니다. 유령이 된 조는 평생의 꿈이었던 공연을 위해 어떻게든 돌아가려고 사후세계에서 분투합니다. 우여곡절 끝에 몸을 되찾은 조는 공연을 훌륭히 마치지만 그에게 남은 것은 만족이 아닌 허무였습니다. 꿈을 이뤘다는 기쁨은 찰나로 지나가고 그토록 꿈꿔왔던 공연은 매일 반복해야 하는 지루한 일상이 된 것입니다. 고뇌하는 조에게 도로테아는 위와 같은 장자의 일화를 들려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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