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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먹는 감 헐벗은 나무새로 샛노란 감 걸렸네 까치도 장대로도 따 오지를 못하는 건 발 닿지 않아도 아니오 떫어서도 아니라네 (23.12.14) "아니카, 내가 지루한 사람이야?" 국내에는 "어나더 라운드"라는 제목으로 개봉한 덴마크 영화 "폭음(Druk)"에서 매즈 미켈슨이 아내에게 묻습니다. 그러자 그녀는 이전보다는 그렇다고 대답합니다. 극장에서 이 장면을 본 순간 저는 곧바로 링에 올라가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 되었습니다. 점점 길어지는 사진첩의 업로드 주기만 보더라도, 확실히 인생은 지루해지고 있었으니까요. 이제 새로운 라운드가 시작되었습니다. 지루함의 펀치를 맞지 않으려면 끊임없이 스텝을 밟아야 합니다. 사진을 찍고 시를 쓰고 블로그를 업로드합니다. 기권은 없습니다. 오늘 못쓰면 어제 쓴 글을 올립니다. 보.. 2024. 1. 10.
동해 그리고 봄날은 간다 별들이 실밥처럼 야트막이 내려앉은 긴 파도 모래 따라 이부자리 매만지면 발자국 흩어지는게 못내 아쉬워 우는 밤 (2023.3.11) 서울에 살지만 강릉을 사랑하는 남자와 강릉에 살지만 서울을 사랑하는 여자가 있습니다. 둘은 주말마다 집을 바꾸기로 합니다. 영화 "내가 고백을 하면"입니다. 저는 남자의 손을 들어주고 싶습니다. 도시에서 사는 건 답답하고 지치는 일입니다. 한때는 강원도에 직장을 구하고 "봄날은 간다"에서 이영애가 살던 삼본 아파트 같은 곳에 사는 꿈도 꾸었습니다. 기분이면 귀여운 스쿠터나 경차를 몰고 밤바다를 구경하면 얼마나 좋을까요? 처음부터 강원도를 좋아한 건 아닙니다. 대학교 친구와 관동팔경을 보자고 여행을 떠났는데 알고 보니 전부 급식을 먹던 시절 몇 번이고 수학여행으로 왔던 곳이었.. 2024. 1. 9.
밤 하늘, 세상 가장 아름다운 쓰레기장 저마다 여기저기 두고 온 사금파리 이토록 눈이 시리게 널브러져 있구나 (2019.7.7) 제가 시조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조금 엉뚱합니다. 졸업을 유예하고 백수 시절 어디라도 좋으니 밖에 좀 나가라는 소리에 도서관에 자주 갔는데, 그때 가장 즐겨 읽었던 책이 소세키의 소설들이었습니다. 고등교육은 받았으나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방황하는 인물들이 잔뜩 나와서 위로가 되었을까요. 아무튼 그렇게 소세키를 좋아하게 되어 소설 외에도 강연록이나 회고록, 서한집까지 찾아보게 되었는데요. 특히 요절한 하이쿠 시인 마사오카 시키와 나눈 우정이 가슴을 울렸습니다. 그렇게 또 하이쿠에 대해 알아봤더니 시조와 비교를 안 할 수가 없었습니다. 이웃한 두 나라의 고유 정형시라는 점은 .. 2024. 1.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