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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

동해 그리고 봄날은 간다

by 사등 2024. 1. 9.

 

<동해 그리고 봄날은 간다>

 

별들이 실밥처럼 야트막이 내려앉은
긴 파도 모래 따라 이부자리 매만지면
발자국 흩어지는게 못내 아쉬워 우는 밤

(2023.3.11)

 

서울에 살지만 강릉을 사랑하는 남자와 강릉에 살지만 서울을 사랑하는 여자가 있습니다. 둘은 주말마다 집을 바꾸기로 합니다. 영화 "내가 고백을 하면"입니다. 저는 남자의 손을 들어주고 싶습니다. 도시에서 사는 건 답답하고 지치는 일입니다. 한때는 강원도에 직장을 구하고 "봄날은 간다"에서 이영애가 살던 삼본 아파트 같은 곳에 사는 꿈도 꾸었습니다. 기분이면 귀여운 스쿠터나 경차를 몰고 밤바다를 구경하면 얼마나 좋을까요? 처음부터 강원도를 좋아한 건 아닙니다. 대학교 친구와 관동팔경을 보자고 여행을 떠났는데 알고 보니 전부 급식을 먹던 시절 몇 번이고 수학여행으로 왔던 곳이었습니다. 다시 보니 경기체가가 절로 나오는 풍경들인데,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렸던 셈입니다. 그래서 저는 국내 여행이 재미없다는 말을 믿지 않습니다. 결국 여행에서 중요한 건 장소가 아니라 의미부여 아닐까요? 여행이 끝나고 시외버스는 동서울 터미널에 도착했습니다. 지친 몸을 겨우 내리고 다시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향합니다. 그토록 떠나고 싶은 서울이었는데 한강의 야경이 퍽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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