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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페이퍼 찻집에 들었다가 당신이 아쉬워요 레몬 조각 케이크는 구경만 했어요 난 봄에는 한 쌍일까요 앞못에는 너테, 외오리 (23.12.18) 너테: 물이나 눈이 얼어붙은 위에 다시 물이 흘러서 여러 겹으로 얼어붙은 얼음 연말이라고 회사에서 점심을 사줬습니다. 옆 회사는 와인을 돌렸다더라 태워줄 것도 아니면서 가까운 곳 두고 왜 먼곳이냐 고기 사줄 것도 아니면서 약오르게 왜 고깃집이냐 이런저런 불만들이 많다가도 막상 산더미같은 숙주에 고기가 덮인 모양을 보더니 테이블마다 셔터 소리 젓가락 소리가 바쁩니다. 점심은 공으로 먹었고 멀리도 나왔겠다 후식으로는 비싼 커피를 마시러 왔습니다. 10분 거리 호수가 유명한 공원에 비할바는 못되지만 제법 아담하고 귀여운 저수지가 있는 카페였습니다. 얇게 저민 레몬을 올리고 설탕으.. 2024. 1. 14.
호연지기(湖然池已) 호수가 넓다지만 좁은 눈엔 못도 차다 한 삼 년 지난 역을 못 참고 내린 버릇 저수지 얼고 녹은 틈에 오리 하나 담아 간다 (23.12.18) 생각해 보면 지하철이란 그토록 많은 역을 지나쳐야 하는데 대부분 목적지 말고는 관심도 없어한다는 게 참 재미있습니다. 저도 기숙사에 살았던 1학년 때를 제외하면 항상 지하철로 통학을 했습니다만, 항상 종점까지는 잠을 자느라 중간에는 무슨 역이 있는지 전혀 몰랐습니다. 그런데 종점에서 내려 지상철을 타고 다시 두 정거장을 더 갈 때는 조금 기분이 달랐습니다. 매일 지나는 그 역은 연못인지 호수인지 모를 물가에 논 같은 것도 조금 보이는 풍경이어서 아침에는 수업이 바빠, 오후에는 집에 가기 바빠 차마 내리지는 못했지만 항상 어떤 곳일까 궁금했습니다. 그러다 통학을 같.. 2024. 1. 13.
편지를 보내요 문 앞에 두었어요 다 자란 마음 몇 줄 한 다발 자랐지만 몇 줄기만 보냈어요 다듬기 곤란할까 벌레라도 들까하여 (23.12.14) 2024. 1. 12.
서른의 재산 신고 여남은 지인들과 아홉 벌 옷가지와 여섯 권 빌린 책과 석자의 이름이면 서른은 더 살듯하다 그뿐이면 족하다 (23.12.14) 남들은 아쉽다는 이십대지만 솔직히 마지막에 가서는 조금 거추장스러웠습니다. 두 시간 선불로 내고 들어간 노래방의 첫 삼십 분은 무척 즐겁지만 점점 부를 노래는 떨어지고 목도 아파오기 마련입니다. 그렇게 낮아진 텐션으로 어영부영 시간을 보내다 보면 눈 깜짝할 새 끝날 시간이 다가오고 그제야 뭔가 불러야 할 것 같은 불안감에 노래책을 뒤적입니다. 남은 시간 1분. 이젠 정말 끝이구나 싶어 허겁지겁 " Never Ending Story"나 "Better Than Yesterday"를 고릅니다. 그때 기다렸다는 듯이 화면 구석에 메시지가 나타납니다. "30분 추가" ...과거에는 외적인 .. 2024. 1. 11.
못 먹는 감 헐벗은 나무새로 샛노란 감 걸렸네 까치도 장대로도 따 오지를 못하는 건 발 닿지 않아도 아니오 떫어서도 아니라네 (23.12.14) "아니카, 내가 지루한 사람이야?" 국내에는 "어나더 라운드"라는 제목으로 개봉한 덴마크 영화 "폭음(Druk)"에서 매즈 미켈슨이 아내에게 묻습니다. 그러자 그녀는 이전보다는 그렇다고 대답합니다. 극장에서 이 장면을 본 순간 저는 곧바로 링에 올라가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 되었습니다. 점점 길어지는 사진첩의 업로드 주기만 보더라도, 확실히 인생은 지루해지고 있었으니까요. 이제 새로운 라운드가 시작되었습니다. 지루함의 펀치를 맞지 않으려면 끊임없이 스텝을 밟아야 합니다. 사진을 찍고 시를 쓰고 블로그를 업로드합니다. 기권은 없습니다. 오늘 못쓰면 어제 쓴 글을 올립니다. 보.. 2024. 1. 10.
동해 그리고 봄날은 간다 별들이 실밥처럼 야트막이 내려앉은 긴 파도 모래 따라 이부자리 매만지면 발자국 흩어지는게 못내 아쉬워 우는 밤 (2023.3.11) 서울에 살지만 강릉을 사랑하는 남자와 강릉에 살지만 서울을 사랑하는 여자가 있습니다. 둘은 주말마다 집을 바꾸기로 합니다. 영화 "내가 고백을 하면"입니다. 저는 남자의 손을 들어주고 싶습니다. 도시에서 사는 건 답답하고 지치는 일입니다. 한때는 강원도에 직장을 구하고 "봄날은 간다"에서 이영애가 살던 삼본 아파트 같은 곳에 사는 꿈도 꾸었습니다. 기분이면 귀여운 스쿠터나 경차를 몰고 밤바다를 구경하면 얼마나 좋을까요? 처음부터 강원도를 좋아한 건 아닙니다. 대학교 친구와 관동팔경을 보자고 여행을 떠났는데 알고 보니 전부 급식을 먹던 시절 몇 번이고 수학여행으로 왔던 곳이었.. 2024. 1.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