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팥죽을 들며>
동지는 고뿔이 쉽고
하지는 달 아쉬운데
해 뜨면 볕을 쬐고
달 뜨면 달 쬐라던
님 따라 정월에는
호두 부럼 깨물어볼까
(23.12.21 계묘년 동지 전야)
동지가 아직 한 달이 안 지났는데 벌써 해가 많이 길어졌습니다. 일하는 시간은 분명 똑같은데 이상하게 겨울은 퇴근하면 어두워서 그런지 하루가 다 간 것 같아 괜스레 억울한 기분이 드는 것이 흠입니다. 어릴 때는 눈이 오는 겨울이나 생일이 있는 가을을 막연히 좋아했는데 시간이 갈수록 점점 선호하는 계절도 눈처럼 녹아 해 뜨는 쪽으로 슬그머니 흘러가고 있습니다. 지금은 여름이 거의 끝날 무렵 아침저녁으로 조금 선선하다 느끼는 정도가 딱 좋습니다. 쓰다 보니 또 짧은 머리에 가벼운 옷차림, 팔에 스치는 기분 좋은 바람의 촉감이 생각납니다. 하지만 막상 여름이 오면 이 겨울을 떠올리겠죠. 매일이 그리워하는 나날보다는 그리워할 날들로 남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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